특별기고 및 칼럼
- 작성자
- manjae.ha
- 작성일
- 2024.04.12
- 조회
- 407
지난 겨울철(2023년 12월~2024년 2월)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다. 2023년 12월 초순에는 우리나라 동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남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일 평균기온이 12.4도까지 올랐다. 12월 중·하순에는 동아시아로 북극의 한기가 들어와 한때 기온이 영하 8.2도(22일)까지 내려갔다. 이 시기에 12월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 차이가 났다.
2024년 1월 하순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졌으나 2월 19일에는 부산 해운대가 24.4도까지 올라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3월에는 기온이 상승한 후 전국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일교차가 10도 내외를 기록하는 꽃샘추위가 왔다.
기온 변동성이 커지면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는다. 큰 일교차로 자율신경이 심장과 혈관을 조절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 보통 자율신경은 기온이 오르는 낮에는 혈관을 확장하고 추운 밤에는 체온저하와 함께 혈관을 수축시킨다. 자율신경이 혈관을 확장·수축할 때 혈관·맥박수가 크게 변하고 기관지의 수축·이완이 반복된다. 이때 심혈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의 기온 차와 심혈관 질환 발생 사이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19% 증가한다.
또한 환절기에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약해지지만, 체온이 1도 오르면 면역력이 5~6배 강해진다. 환절기에는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각종 호흡기 및 심장 질환 등에 유의해야 한다. 환절기에는 따뜻하게 옷을 입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례적인 겨울·봄의 이상고온과 꽃샘추위가 최근 비싸진 사과값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봄은 매우 따뜻했다. 초봄인 3월에는 평년보다 3.6도나 높았다. 3월의 이상 고온으로 사과나무가 착각해 꽃을 서둘러 피웠는데 4월의 강한 꽃샘추위로 사과꽃의 저온 피해가 발생해 사과 생산량이 줄었다.
그린피스와 안동대의 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초에 약 1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번갈아 온 이상고온과 한파로 인해 틀어진 야생벌의 겨울잠 양상과 이른 봄꽃의 개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야생벌이 겨울을 보내는 땅속은 지상보다 온도가 늦게 올라 두 장소에서의 기온 차가 커진다. 일찍 개화한 꽃은 꽃가루를 묻혀 암술에 옮겨주는 역할(수분: 꽃가루받이)을 하는 야생벌이 오지 않아 열매를 맺기 어렵고, 지상으로 늦게 나온 야생벌은 핵심 영양분인 꿀과 꽃가루 채취가 어려워져 면역력이 약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담당하는 100대 작물 중 63%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꽃의 개화와 꿀벌의 활동 시기가 많이 달라져 꿀벌 개체수가 크게 준다면 인류의 식량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이화여대와 미국·영국 공동 연구팀이 기상청 자료를 이용해 1922년부터 전국 74개 기상관측소에 있는 실험용 정원의 나무와 관목의 개화 시기 변화에 관해 연구했다. 지난 100년 동안 개나리는 약 23일, 벚나무는 약 21일, 매화는 약 53일 정도로 개화가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 100년 중 최근 봄에 개화가 더 빨리 진행돼 벌의 개체수 감소로 인한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편 기상청이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반영해 봄꽃 3종(개나리·진달래·벚꽃)의 미래 개화일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처럼 지속되면 개화 시기가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23~27일 일찍 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온실가스를 현저히 감축하면 10~12일 정도만 앞당겨져 변화폭이 준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 기온 변동성·극한기후의 심화로 인간의 건강은 물론 농작물이 자라는 생태계 파괴로 인류의 생존이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극한기후 현상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은 온실가스감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량의 탄소배출이 필요한 대량 생산·소비·폐기 방식에서 벗어나 자원순환과 친환경 중심의 저탄소 생산 및 소비로 기후위기를 막는 기후행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를 2024년 세계기상의 날 주제로 선정해 현실화한 기후변화로부터의 즉각적인 조치를 강조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우리 인류가 기후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참여해야 할 시점이다.
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