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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가 기후재난 예측에 던진 숙제들

작성자
manjae.ha
 
작성일
2026.09.22
조회
5

네팔과 티베트 접경의 히말라야 산맥 랑탕 리룽 봉 인근 해발 5200m 지점에서 거대 빙하와 암반이 무너지면서 초래된 네팔 대홍수 재난이 발생한 지 오는 26일이면 한 달째가 된다. 규모 5.2의 지진파가 관측될 정도로 파괴적인 빙하 붕괴와 대홍수 와중에 1451명이 희생되고, 한국인 9명을 포함해 5786명이 실종 상태(네팔측 통계)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빙하 붕괴와 대홍수로 네팔에서 이처럼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는데 지구 반대편 파나마 운하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며 선박 통항이 제한됐다. 이에 따른 물류비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줬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들은 오늘날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엄중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충격과 식량 위기로 인한 인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엘니뇨 감시구역인 태평양 날짜변경선 동쪽 해역(동태평양 적도 해역)에서 강해지는 엘니뇨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주요 기후예측 모형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엘니뇨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대기의 기압 배치 변동과 맞물려 작동한다. 이 거대한 대기·해양 결합 시스템을 학술적으로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열대 태평양의 온난화 추세에 바닷물 온도의 수십 년 주기 변동까지 결합하면서 그 발생 양상과 영향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는 엘니뇨 자체보다 그로 인해 달라질 기후를 얼마나 미리 읽고 대비하느냐다. 불확실성 시대에 거시적 기후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기후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아태기후센터(APCC)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이 선제적으로 대비하도록 과학적 기후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과학적 진단과 예측이 실제 위기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다. 다가올 더 강한 엘니뇨에 맞서 한국사회와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제언한다. 첫째, 기후예측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동시에 정부 및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예측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 정보가 사회 곳곳의 생생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려면 예측 기간 및 방식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단순한 기온이나 강수량 예보를 넘어 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사량, 토양 수분, 바람 세기 등 세부적 예측 변수들을 다양하게 발굴해야 한다. 이는 곧 식량 안보, 산림 보호, 에너지 비축 등 각 분야의 목적에 맞는 맞춤형 기후 정보의 생산·제공 확대로 이어진다. 정부와 민간은 이렇게 제공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현장 정책에 반영해 기후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위험 관리 체계를 다질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동네의 산세와 계곡까지 반영하는 초고해상도 상세 기후예측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단기적인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기상예보와 달리 장기적인 추세를 다루는 기후예측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촘촘하고 세밀한 지역 단위의 정보를 가공해 제공해야 한다. 좁은 계곡 등 지형적 특성에 따른 기후 변동 폭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다가올 계절에 해당 지역의 산불 위험도나 국지적 폭우 가능성이 얼마나 커질지 미리 파악하여 농작물 피해 등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방대한 지역 맞춤형 기후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내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초고속 기후예측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기후예측 정보 생산자와 현장의 협력적 공동생산 체계를 상시 가동해야 한다. 정보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후 전문가와 실수요자가 지속해서 교류하고 최적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방재·농업·수자원 등 기후 민감 분야의 실무진과 연구진이 소통해야만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맞춤형 해법을 찾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기후예측 정보를 거시경제와 공급망 위험 관리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해상 물류 차질을 감지하고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경제적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의) 위의 기고 글을 그대로 복사해 SNS로 배포하지 마세요  (출처: 중앙일보)